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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사니] 교열과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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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커진 대통령의 SNS정부 과도한 대응 더해지면순기능보다 부작용 커질 것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치에 나서고 있다. 가장 처음 주목받은 주제는 부동산이었다. 지난 1월 23일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5월 9일 만기인 다주택자 양도세 면제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란 글을 올리며 포문을 열었다. 1개월간 올린 28건의 글들이 부동산 시장을 압박한 결과는 놀랍다. 별별 수단을 동원해도 치솟기만 하던 서울 집값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정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일정을 알린 것 외엔 특별한 정책을 공포한 것도 아닌데 시장이 움직였다. 코스피 5000 달성이라는 결과물은 이 대통령의 메시지에 힘을 실어줬다. 시장은 대통령의 SNS 정치를 전례 없을 만큼 주목하게 됐다.무엇보다도 흐름을 바꿨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짧은 글로 구성된 SNS 소통만으로도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목격했다. 일종의 ‘사회 교열’이라 평가할 만한 성과다. 교열은 문서·원고를 읽으며 잘못되거나 어색한 곳을 고치는 작업으로 정의된다. 언론사 역시 현장기자가 쓴 글 속 비문이나 틀린 맞춤법을 고치는 작업을 교열이라고 부른다. 언론사가 교열을 통해 기사의 완성도를 높인다면, 이 대통령은 왜곡된 사회 구조를 교열해 정상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형태는 다르지만 추구하는 방향은 둘 다 ‘올바름’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대통령의 SNS 정치는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다만 언론사의 교열이든 사회 교열이든 ‘선’은 지켜져야 한다. 언론사의 기사 교열이 입맛대로 내용을 바꾸는 작업이 된다면 선을 넘는 일이 된다. 이 영역부터는 교열이 아니라 ‘검열’이라고 봐야 한다. 이 대통령의 SNS 정치도 마찬가지다. 사회 대다수가 수긍할 만한 올바름을 추구한다는 선을 넘어서게 되면 교열은 순식간에 검열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경계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대한상의 가짜뉴스 사례는 생각해볼 대목이 많다. 대한상의가 지난달 3일 발표한 ‘상속세수 전망분석 및 납부 방식 다양화 연구’는 영국 컨설팅사의 불확실한 통계를 인용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7일 X에 “사익 도모와 정부 정책 공격을 위해 가짜뉴스를 생산해 유포하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올린 글이 도화선이 됐다. 잘못된 통계를 인용했다면 지탄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후의 대응은 과잉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산업통상부는 대한상의 감사를 말했고, 국세청은 해외 이민자들의 재산신고 내역을 샅샅이 뒤져 새로운 통계를 만들었다. 연쇄적으로 일어난 조치들은 연구자들의 뇌리에 검열의 가능성을 심어줬다. 자칫하면 찍힌다는 공포는 다양한 연구를 하지 못하게 되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이 대통령이 X에 수시로 언급하는 언론사 기사도 비슷하다. 이 대통령이 SNS를 통해 특정 기사를 칭찬할 수도 비판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만이라면 사회 교열 정도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하지만 정부의 실무 대응을 보면 그렇게만 보기 힘들다. 각 부처는 부정적인 언론사 기사에 전례 없는 고강도 대응을 하는 추세다.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기사 내용이나 제목을 고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팩트가 틀렸다면 그럴 만한 일이다. 하지만 언론사 편집권이라 할 수 있는 기사의 ‘뉘앙스’까지 수정하려고 한다. 기사 제목이나 내용을 바꿀수록 부처 업무 평가가 높아진다고 한다. 건전한 비판이라는 순기능을 넘어 검열의 우려를 지우기 힘들다.견제 장치가 없는 권력은 왜곡된다. SNS는 마뜩한 견제 장치를 찾기 힘든 소통 창구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무거워야 하고, 씀씀이에 신중함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SNS 메시지를 정부 부처가 검열의 신호로 읽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누군가의 반발을 부르고 사회 분열도 부를 수 있다. 긍정적 효과가 사라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식 SNS 정치의 전례를 밟지 않았으면 한다.세종=신준섭 경제부 차장 sman321@kmib.co.kr
2026-03-15 15: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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