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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사설] 투자만이 답인 사회, 한국 경제의 위험 신호

korean politics

최근 한국 사회는 유례없는 ‘주식 권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두 배로 추종하는 초고위험 레버리지 ETF까지 등장하면서 투자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문제는 이 광풍 속에서 주식 투자에 뛰어들지 못한 사람들, 혹은 안정적인 적금과 예금만 고집해온 평범한 시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 “성실히 저축하는 삶”은 오히려 시대에 뒤처진 선택처럼 취급받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노동과 절약은 중산층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사다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월급을 꼬박 모아도 서울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 어렵고 은행 이자는 물가 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한다. 반면 주식과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단기간에 수천만원, 수억원의 수익 사례가 쏟아진다. SNS와 유튜브에는 “몇 달 만에 자산 두 배” “불장에 올라타 인생 역전” 같은 성공담이 넘쳐난다. 결국 투자하지 않는 사람은 노력보다 기회를 놓친 사람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모두가 감당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레버리지 ETF처럼 하루 변동성을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은 큰 수익 가능성만큼이나 순식간에 원금을 무너뜨릴 위험도 안고 있다. 특히 금융 지식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이 군중 심리에 휩쓸려 무리하게 빚까지 내 투자에 뛰어드는 현상은 매우 우려스럽다. 시장이 상승할 때는 누구나 천재 투자자가 된 듯 보이지만 하락장이 오면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에게 돌아간다. 금융회사는 상품을 팔고 수수료를 챙기지만 손실 책임까지 대신 져주지는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사회 전체의 가치관 변화다. 땀 흘려 일하는 노동보다 자산 가격 상승이 더 큰 부를 가져다주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청년 세대는 근로 의욕 자체를 잃어가고 있다. 직장에서 몇 년을 일해도 투자 수익 한 번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성실과 인내의 가치는 점점 희미해진다. 이는 단순한 투자 열풍이 아니라 사회 신뢰와 공동체 기반을 흔드는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자본시장 활성화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투자 역시 현대 경제에서 중요한 자산 형성 수단이다. 하지만 국가와 금융당국은 투자를 지나친 투기와 동일시하는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 특히 고위험 상품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정보 제공과 투자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동시에 노동과 저축만으로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믿음을 회복시키는 정책 역시 절실하다.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모두가 투자해야만 살아남는 사회”가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안정과 존엄을 보장받는 사회다. 주식 시장의 활황이 국민 모두의 희망이 되려면 먼저 그 열풍 뒤에 가려진 불안과 박탈감을 직시해야 한다.
2026-05-26 11: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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